나는 평소에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인데 생각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흠이 있음

문제는 부정적인 생각, 쓸데없는 근심걱정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이게 하루종일 머릿속에 들어참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20대 후반도 거의 끝나가고 취업을 준비해야되는 시기가 오니까 매우매우 정신이 후달리기 시작함

원래 남 눈치 잘 안보고, 봐도 걍 웃으면서 넘어가던 일도 이제 쉽사리 넘어갈 수가 없어짐

교우들, 대학 동기들 SNS 같은거 보면 평소에는 "얘 어디 해외 놀러갔네 부럽다ㅋ 나는 언제 놀러가지ㅋㅋ" 이러고 넘어갔을 것들도

이제 보면 "ㅅㅂ 얘는 벌써 취업했네 나는 뭐 하는 거지..." 이러고 진지하게 자학하게됨

걍 삶을 돌아보는 시선이 예능에서 인간극장으로 변했달까?

해서 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정신과 가서 상담받으니까 뭔 시험지 같은 설문조사 종이 몇 장 주더라

가장 그렇다 싶은거 체크하면 된다길래 나 자신한테 진지하게 체크하니까 뭔 시발 15점 나오면 높다는게 39점 45점 나옴ㅋㅋㅋ

혀튼 의사선생님의 종이 그거 분석해주시고 내가 ~해서 힘들다 하시니 진지하게 경청해주고 처방전 써줌

막 처음에 항우울제 약 먹으려니까 '이거 진짜 효과 있나?' 싶은 생각이 물씬 듬

몰라 ㅅㅂ 먹고 죽지 뭐 

먹고 나니까 진심 내 머릿속에 떠다니던 이상한 잡생각, 불안한 걱정 이런게 시나브로 사라짐

아주 안 드는건 아닌데 마치 자다가 일어난 사람처럼 한 귀에 들어왔다가 한 귀로 쏙 빠져나감

평소에 의욕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매사에 그냥 미루곤 한게 많았는데

약 먹으니까 좀 변한거 같음

그렇다고 없던 의욕이 생겨나서 다시 의욕적으로 '일 해야지~!' 이러는건 아니고

원래 있던 불안한 마음, 잡생각이 없어져서 생각의 여유가 생겨서 뒤돌아보듯이 '한번 해볼까...?'하고 뭔가 해보려고 함

좋은 변화일지도?

근데 이거 뭔 약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