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오래전에 이혼하셨다. 아버지는 새살림 비슷한걸 차렸고 어머니는 동생과 살지만 제정신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어릴땐 그나마 같이 살던 어머니 곁마저 떠나고 싶어 성인이 되자마자 도망치듯 독립을 했다.
성인이 됐다고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는건 아니더라. 혼자 아등바등 지원 안받고 살아내고 있는데 야간알바를 하고 집에들어오면 이따금 멍 하다.
명절이나 서너달에 한번 보는 아빠. 저번달에 같이사는 분과 강아지를 입양했더라. 아빠집에 강아지용품을 시킨 택배가 잔뜩 쌓인걸 보고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없을땐 힘들다며 나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이 있을땐 강아지한테 쓴다. 별게 다 속상하다.
이젠 보기도 싫은 어머니. 병원 입원비, 본인이 자초한 벌금을 내가 내줬다. 다들 만류했지만 그 지긋지긋한 연민이 들어서. 가끔 불쌍해서. 입원 시키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싶어서. 이젠 보기도 싫다.
성인이 되고 부단히 노력했다.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했고 이제 돈을 모으려 휴학을 한다. 물론 부모님이라는 사람들은 모른다. 아예 부모님이 없었으면 공허함도 안들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느니만 못한 부모님을 둔 것 같다. 둘 다 한번도 내 삶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흔한 안부한번 물어주지 않았다. 오는연락은 본인의 일을 처리해달라는거나 명절에 할아버지 모셔오라는 연락.
난 노력하면 뭐든 되는줄 알았다. 내가 노력하면 다 바뀔 수 있을 줄 알았다. 노력해도 좁힐 수 없는게 분명히 있었다. 아예 없었다면 들지도 않을 공허함이 오늘따라 크게 다가온다.
그래도 이렇게 살다보면 무언가 바뀌겠지 하며 산다. 보이지 않는 먼 날 좀 더 성공한 내모습만 상상하며 산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하고 있는데 3시간뒤에 쪽잠자고 또 출근해야해서.. 유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