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과 주호민 아들 사건을 보며 기분이 묘해
우선 돌아가신 서이초 교사님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어 나도 사건 보면서 많이 울기도 하고 안타깝더라
난 어린이집 교사야
사실 학부모 민원을 많이 받는 걸로 빼놓을 수 없는 직종이지 당장 우리반에도 자폐 의심가는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번 두 사건 모두 남일이 아닌 것 같아
어린이집은 학부모의 선택으로 쉽게 기관을 바꿀 수 있고, 유치원 교사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교사를 더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실은 모두 누리과정이라는 공통된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고 각 원의 특징과 교육철학에만 차이가 있는 건데 말이야.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난 4년차 교사고 나도 수많은 민원과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많이 받아왔어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좋으신 부모님도 너무 많아서 힘들지 않았어
그러다 올해 극성맘으로 원내에서 유명한 아이가 우리반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야 매일 전화하는 건 기본이고 한 번 전화하면 기본이 20분 이상 길게는 1시간이야
매일매일 요구사항을 빼곡하게 적어와 우리반엔 그 아이 제외하고도 18명이 더 있는데 말이야
항상 날 아동학대 하는 교사처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조금이라도 그 아이가 기분 나쁜 일이 있어 하원하면 바로 전화와 언성을 높이며 캐묻곤 했어
그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원장님께 전화해 퇴소로 협박하기도 하고.
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매우 즐겁게 잘 지내고 막상 가정 내에서 문제행동을 많이 보였는데 그것 또한 교사 탓으로 돌리면서도 자기 아이 훈육하는 것은 싫어하더라
하루는 아이를 씻겨 달라고 하셔서 그건 어렵다 그 아이를 씻길 동안 나머지 18명을 돌볼 사람이 없다고 말씀 드렸더니기분이 나쁘셨는지 아이 데리러 와서 인사 건네는 것도 무시하고 아이만 데리고 가시더라고.
참 현타가 많이 오고 그 부모님 때문에 올해만 몇 번 퇴사 고민을 했는지 몰라
아무리 부모님이 진상이어도 아이들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 아이를 보면 이제 엄마가 같이 보여서 싫어지더라
이번 사건을 보며 아이들을 사랑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회의감도 많이 들고 열정이 사그라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여기에 글을 쓴 이유는 어린이집 교사라고 하면 아동학대 하지 말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그러지 말고 응원 한 마디 건네줬으면 해
아동학대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고 그건 교사들이 더 잘 알아
끝없이 매일 매일 자기검열을 하고 때리는 건 커녕 스킨십도 cctv 상으로 폭력으로 보일까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알아줘